목차
고흐 작품 위작 사기 사건: 220억 사기의 진실
사건 개요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인 "마차와 기차가 있는 풍경 (Landscape with Carriage and Train in the Background)", 흔히 ‘비온 뒤 오베르의 풍경’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러시아의 푸시킨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진품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2007년, 한국인 서병수가 자신이 이 그림의 진품을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긴 사건이 발생했다. 서병수는 이 그림이 진품이라고 주장하며 대규모 전시회까지 열었고, 이 과정에서 무려 220억 원 이상의 투자 사기를 일으켰다. 이 사건은 법정으로까지 이어졌고, 사기의 주범은 결국 도주하여 결말을 보지 못한 사건으로 남아있다.
사건 발단
2007년 7월, 한국인 서병수는 자신이 빈센트 반 고흐의 진품 "마차와 기차가 있는 풍경"을 소유하고 있으며, 러시아 푸시킨 미술관에 전시된 동명의 그림은 가짜라고 주장하면서 사건은 시작되었다. 서병수는 자신의 조부가 한국 전쟁 시기에 외국인 여성에게서 이 그림을 받았다고 주장했으며, 그 여성이 마릴린 먼로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와 더욱 화제를 모았다. 그의 주장은 한국 언론과 대중의 큰 관심을 끌었고, 이를 계기로 그림에 대한 논란이 커졌다.
서병수는 그림이 진품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러시아 국가내각위원회와 여러 전문가들로부터 감정을 받았으며, 방사성탄소 연대측정법까지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본에서도 진품 인증을 받았다고 말하며, 일본 야쿠자들까지 그림을 구매하려고 협박을 가했다고 밝혔다. 감정받는 데에만 약 2억 원의 비용이 들었다는 서병수의 말은 많은 이들의 의심을 일으켰다.
그림은 2010년 12월 20일부터 2011년 2월 13일까지 서울 삼성동 COEX에서 단독 전시되었으며, 보험료만 해도 1000억 원에 달한다고 발표되었다. 서병수는 이 작품이 반 고흐의 유작 중 하나이며, 실재하는 고흐의 수채화 중에서 진품으로 인정받은 거의 유일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그림이 약 3억 달러, 현재 환율로 약 3500억 원에 달한다는 말에 사람들은 전시에 몰려들었고, 결국 전시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서병수는 그림을 한국에 남기고 싶어 했으나, 너무 비싼 가격 때문에 한국 내에서는 매입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되었다. 일부 지자체가 그림 구매를 시도했으나, 의회에서 거대한 예산 때문에 반발하여 무산되었다고 전해졌다.
위작 의혹
하지만 처음부터 이 그림에 대한 위작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서병수가 주장한 감정 결과들은 대부분 그의 개인적인 주장에 의존한 것이었고, 공신력 있는 국제적 기관에서 공식적으로 검증받은 기록은 없었다. 여러 미술 전문가들과 관계자들도 진품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했지만, 대개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했다. 이와 같은 배경으로 인해 이 그림의 진품 여부는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2010년 12월 29일,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이 그림이 가짜일 가능성을 보도했다. 삼성 리움미술관의 김주삼 전 실장은 "이 그림에서 망점이 보인다. 이는 보통 회화에서 나올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하며 위작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이 망점이 인쇄물에서 흔히 보이는 현상이라며, 해당 그림이 인쇄물일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동식 전시 커미셔너는 이 그림이 150년 전 생산된 스코틀랜드산 저급 종이를 사용했기 때문에 망점이 생긴 것이라고 반박했다.
반 고흐 작품에 대한 최고 권위로 인정받는 네덜란드 반 고흐 미술관은 서병수가 주장한 그림의 구입 경위가 매우 의심스럽다고 언급했으며, 실제로 "마차와 기차가 있는 풍경"의 진품은 여전히 러시아 푸시킨 미술관에 보관되어 있다고 재확인했다. 이러한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서병수는 자신의 그림이 진품이라고 주장했고, 한국에서만 이 그림이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이 미미했다.
사건의 진상
시간이 흐른 2015년, 이 그림이 결국 위작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놀랍게도 이는 전문 감정을 통해 밝혀진 것이 아니라, 서병수와 그의 동료들이 220억 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되면서 드러났다. 실제 사기를 주도한 사람은 서병수가 아니라 전씨와 그의 변호사 조씨였다. 서병수는 단지 그림을 내세운 사람에 불과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2005년, 전씨는 문화재 보호법 위반 사건으로 기소되었고, 조씨는 그의 변호사로 무죄를 받아내며 둘은 친분을 쌓았다. 이후 2007년, 전씨는 서병수를 내세워 반 고흐의 진품을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전시회를 열었고, 각국의 정부나 부유층들이 그림을 사겠다고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로 그림은 아무 곳에도 팔리지 않았고, 이는 전씨가 채무를 변제하려고 벌인 사기극에 불과했다.
전씨와 조씨는 70대 피해자 이씨에게 접근해 위조 서류와 전시회 등의 영향으로 이씨를 속였고, "수천억 원대 자금이 일본에서 들어올 예정"이라며 경비를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들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406회에 걸쳐 이씨의 돈 227억 원을 가로챘다. 이 과정에서 "마차와 기차가 있는 풍경"은 자주 등장했다. 전씨는 그림만 팔리면 모든 빚을 갚을 수 있다고 피해자를 안심시켰고, 심지어 추사 김정희, 신윤복, 박수근의 작품까지 담보로 제공했으나, 이 작품들 또한 모두 위작이었다.
결국, 피해자 이씨는 자신이 사기당했음을 깨닫고 전씨와 조씨를 고소했다. 이 사건은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고, 이씨는 집안 재산뿐만 아니라 지인과 친척들의 돈까지 잃었으며, 남편은 이 충격으로 병에 걸려 숨을 거두었다.
재판과 결말
2015년, 전씨와 조씨, 공범 이씨가 기소되었다. 조씨는 자신도 전씨에게 속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그가 전씨의 자금 상황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공범 이씨는 서류 위조 및 범죄수익 은폐 혐의로 징역 5년을 받았다. 피해 규모에 비해 형량이 가벼운 이유는 그들도 전씨에게 수억 원을 돌려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범 전씨는 영장이 발부된 직후 도주해 현재까지도 잡히지 않았으며, 지명수배 중에 있다.
이 사건은 빈센트 반 고흐라는 세계적인 예술가의 이름을 앞세운 대규모 사기극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사건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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