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계명대 간호학과 여학생 사망 사건

대구 계명대 간호학과 여학생 사망 사건

목차
1. 사건개요
2. 사건내용
3. 범인검거
4. 판결

사건개요

1998년 10월 17일, 대구광역시 달서구 신당동에 위치한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 간호학과 1학년 재학생이던 정은희씨가 사망한 사건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초기에 경찰은 정씨가 고속도로를 무단 횡단하다가 일어난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판단하였고, 이에 따라 수사를 종결하였습니다.

그러나 유족들은 여러 정황들을 근거로 성폭행 후 일어난 계획적인 살인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장기간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었으나, 2013년에 범인이 잡혔습니다. 조사 결과, 계획 살인까지는 아니었으나 집단 성폭행은 사실로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여론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습니다.

사건내용

1998년 10월 16일, 계명대학교의 축제 기간 중이었습니다. 정은희씨는 경찰행정학부에서 주관한 '주막촌'이라는 행사에 참석했고, 그날이 금요일이었기 때문에 다음 날 별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학부생들과 어울려 술을 마셨습니다.

그날 밤 10시 30분쯤, 그녀의 남자친구였던 1학년 학생 박모씨가 술에 취해 그를 귀가시키기 위해 함께 교문을 나섰습니다. 그 이후, 밤 10시 40분 이후로 정은희씨의 행방은 불명이었습니다. 박씨는 20분 후인 11시경 학교 정문 건너 성서 병원 앞에서 정신을 차렸지만 정은희씨의 행방을 알 수 없었습니다.

다음 날인 10월 17일 새벽 5시 10분경, 119에 교통사고 사망 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 신고에 따르면, 학교에서 약 4km 떨어진 구마고속도로 하행선 7.7km 지점에서 덤프트럭이 무단횡단을 시도하던 행인을 치어 그 자리에서 즉사한 것으로, 그 피해자가 바로 정은희씨였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박씨와 함께 교문을 나선 전날 밤 10시 40분 이후부터 사고가 일어난 사고 당일 새벽 5시 10분까지 약 6시간 반 동안의 행적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1998년에 발생한 정은희 사망사건에서 경찰의 수사 태도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경찰은 유족들에게 '교통사고가 아님을 증명해 오면 운전자를 당장 구속하겠다'고 말하였으며, 유족들이 용의자인 박씨를 다시 조사하거나 만나게 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 '요즈음은 강제수사를 할 수 없다'고 답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행동은 유족들에게 큰 불만을 주었으며, 경찰은 '단순 교통사고'라는 결론을 내리기만 했습니다. 경찰의 이런 태도는 사건의 의문점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2013년 용의자가 체포된 이후에는 유족들의 주장처럼 계획적인 은폐나 전문범죄조직의 소행은 아니었지만, 반대로 경찰이 무성의하고 비협조적이었다는 것 역시 확실하게 드러났습니다.

범인검거

정은희 사건이 발생한 지 15년 후인 2013년 9월 5일에 범인이 검거되어 사건의 실체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전까지 추정되었던 음모론과는 달리, 범인은 외국인 노동자였으며, 사건은 계획적인 살인이 아닌 집단 성폭행 사건이었습니다.

1998년 10월 16일에 스리랑카인으로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성서산단에서 일하던 K씨 등 외국인 노동자 3명은 밤 10시가 넘어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도중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정은희씨를 발견했습니다. 이들은 정씨를 납치하여 집단 성폭행한 후, 현금과 학생증 등을 빼앗고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정씨는 성폭행을 당한 충격과 공포로, 신고를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구마고속도로를 무단횡단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24톤 덤프트럭에 치여 그 자리에서 즉사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범인들의 자백과 DNA 검사 결과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주범 K씨는 사건 이후에도 불법 행위를 계속하며, 2011년과 2013년에 아동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공범 2명은 이미 스리랑카로 송환된 상태였으나, 주범 K씨는 한국 여성과 결혼하여 한국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국과 스리랑카 사이에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되어 있지 않아, 공범들을 한국으로 송환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 사건의 재판을 통해 피해자와 가족들, 그리고 오해를 받았던 남자친구 박씨와 운전기사 최씨의 고통이 정당한 보응을 받게 되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또한, 당시 경찰의 무성의한 수사 태도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커졌습니다. 유족들은 여러 차례 청와대, 법무부, 인권위 등에 탄원하고 진정서를 제출하였으나, 경찰은 당시 유족들에게 '당신이 교통사고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면 수사를 시작하겠다'는 등의 반응만 보였습니다. 이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들은 이미 퇴진하거나 사망하여, 그들에 대한 징계는 불가능해졌습니다.

판결

정은희 사건의 시효 문제는 매우 복잡합니다. 당시 법률에 따르면 강간은 5년, 특수강간은 10년, 특수강도강간은 15년의 공소시효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DNA 분석 등 과학적 증거가 있을 경우 10년씩 연장될 수 있지만, 이미 시효가 종료된 사건에 대해서는 연장이 불가능합니다. 이 법은 2010년에 시행되었으므로, 강간과 특수강간은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되어 연장되지 않았습니다.

2014년 5월 30일에는 스리랑카인 K씨에 대한 1심 법원에서 특수강도강간에 대해 증거부족으로 무죄, 포함되는 특수강도, 특수강간, 강도강간 혐의에 대해 공소시효 경과로 면소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이후 2015년에는 검찰이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하였으나, 2017년 7월 18일에는 대법원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여 K씨의 무죄가 확정되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스리랑카의 강간죄 공소시효가 20년이라는 점을 노리고, K씨를 스리랑카로 추방한 뒤 DNA가 발견된 정액 등 물증을 스리랑카에 보내 현지 법원에서 형사처벌을 받도록 추진하였습니다. 스리랑카에서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4일 전에 K씨를 기소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스리랑카 법원에서 K씨가 유죄 판결을 받게 된다면 최대 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게 될 것입니다.

2021년 4월 2일에는 성폭행 피해자 A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경찰의 부실한 수사로 인해 국가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