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진에 눈먼 경찰의 증거 조작 - 엄궁동 2인조 살인사건

특진에 눈먼 경찰의 증거 조작 - 엄궁동 2인조 살인사건

목차
1. 사건 개요
2. 사건 내용

사건 개요

1990년 1월 4일, 부산광역시 사상구 엄궁동에 있는 낙동강변 도로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당시 데이트하던 남녀가 두 명의 남성으로부터 습격을 받은 끔찍한 살인 사건이었습니다. 남성은 상해를 입었고, 여성은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당했습니다.

이 사건은 약 1년 10개월 만에 범인이 체포되어 대법원까지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서 해결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2016년 7월, 일요신문 기자의 보도를 통해 과거 수사 경찰이 이 사건에 대해 누명을 씌우고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같은 해 10월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더욱 구체적인 조작 의혹이 제기되면서 큰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후 2019년, 검찰 과거사위원회에서 피고인이 고문으로 인해 허위 자백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당시 변호사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 사건의 변호를 맡았지만, 최종적으로 피고인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러다 2021년 2월, 유죄 판결을 받았던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받았고, 현재까지 이 사건은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이는 과거 수사 과정에서의 의혹과 문제점이 밝혀지면서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채로 남겨진 안타까운 사례입니다.

사건 내용

1990년 1월 4일 새벽 1시 30분께 부산광역시 사하구 신평동 인근에서 당시 한 남녀가 차를 주차해 놓고 있었습니다. 여성은 차에서 내렸고, 남성은 뒷좌석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괴한 2명이 강제로 차 문을 열고, 피해 남성의 얼굴을 돌로 계속 가격했습니다. 이때 여성이 돌아왔고, 괴한은 "남성을 살리려면 차에 타라"고 말했습니다.

그 후 차는 엄궁동으로 향했고, 괴한들은 피해 남성의 손을 뒤로 묶고 입을 막은 후 낙동강에 밀어 넣어 죽이려 했습니다. 피해 남성은 겨우 테이프를 풀고 물속에서 나와 괴한과 격투를 벌이다가, 괴한이 방심한 사이 여성에게 도망치라고 소리쳤습니다. 피해 남성은 피투성이가 된 몸을 이끌고 도망쳐 근처 공장에 숨어 있다가 발견되어 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한편, 강변도로 앞 낙동강변 엄궁동 555번지 갈대숲에서 여성의 시신이 참혹한 모습으로 발견되었습니다. 두개골이 분쇄골절되었으며 뇌 일부를 도구 없이 맨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손상된 상태였습니다. 피해 여성은 인근 지역에 살던 박 씨로, 사건 바로 전날까지 한 무역회사에서 근무했습니다.

현장에서는 박 씨의 시신 외에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단서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박 씨의 직장 동료는 밤이 어두워 범인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피해자이자 목격자인 남성이 기억하는 유일한 사실은 범인 중 한 명은 키가 컸고 다른 한 명은 키가 작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특징은 당시 낙동강변에서 잇따라 발생한 여러 건의 강도상해 사건들의 범인들과 매우 흡사했습니다. 사람들은 일련의 사건을 가리켜 일명 '엄궁동 2인조 사건'이라고 불렀습니다.

엄궁동 2인조는 현장마다 지문 하나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고, 수사는 지체됐습니다. 하지만 사건 현장에서 30여m 떨어진 부분에서 체액이 묻은 손수건이 발견되었고, 초기 검사에서 혈액형은 A형이었으나 재검사 후 AB형으로 반응했습니다. 이를 통해 범인 한 명의 혈액형은 A형 또는 AB형으로 추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사건 발생 2년 후인 1991년 11월 8일, 용의자들이 검거되었습니다. 체포된 두 사람은 낙동강 주변에서 경찰을 사칭하며 돈을 갈취하고 다녔던 전력이 있었습니다. 한 명은 키가 컸고 다른 한 명은 키가 작았다는 점에서 이들이 범인일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경찰은 처음부터 이 두 사람이 범인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수차례의 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계속 번복했고, 특정 시점부터는 두 사람의 진술이 정리된 정황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최종 수사 결과, 체격이 큰 최 씨가 각목으로 피해자를 구타한 후 키가 작은 장 씨가 돌로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두 사람은 살인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21년 후 감형되어 출소했습니다.

당시 이들의 변호를 맡았던 문재인 변호사는 장 씨가 강력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인물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장 씨의 시력이 매우 나빴다는 점을 최 씨도 알고 있었지만, 최 씨가 경찰의 '공사'에 넘어가 장 씨를 공범으로 지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과학수사가 발달하지 않아 자백이 중요한 증거였고, 경찰이 강압수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이는 특진에 눈이 먼 경찰이 증거를 조작하여 억울한 희생자를 만든 안타까운 사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